처음 그를 마주했던 것은 울다하의 진주 거리였다. 그의 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고, 무슨 사이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사소한 질문을 던질 만큼 가까운 관계는 아니었기에 그저 멀리서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매번 마주칠 때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인물이 바뀌었다. 신경이 쓰였다. 무슨 사이인지, 단순한 의뢰인지. 아니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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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루양의 부탁으로 오랜만에 이슈가르드의 ‘아홉 구름’을 방문했을 때였다. 여관 문을 열고 들어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그가 다른 남자와 벽에 기대어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순간 눈앞이 멍해졌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눈을 한 번 감았다 뜨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나를 보며 나른하게 눈웃음을 쳤다. 마치 자신을 도발하는 듯한 혹은 시험하는 듯한 미소였다. 하아 ···, 나를 시험에 두는 걸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의 옆을 지나쳐 지브리옹에게 향했다. 그에게 물건을 받고 다시 계단을 올라가며 그와 두 번째로 눈을 마주했다. 여전히 동요하지 않은 척, 고개를 살짝 숙여 기사로서 경례를 하고는 돌의 집으로 향했다. 돌의 집으로 가는 내내 머릿속이 소란스러웠다. 처음 마주했을 때도, 그 이후에도. 그 모든 순간이 고작 하룻밤을 위한 사이였던 걸까? 아무리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어도 ‘하룻밤’이라는 단어가 이정표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오히려 이 시끄러운 생각들은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노이즈를 만들어 냈다.

“요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야슈톨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로앙을 바라보며 물었다. 로앙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별일 아니라고 얼버무렸지만,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녀는 읽고 있던 책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녀는 로앙을 지긋이 응시하다가 얕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혹시 그 사람 일이라면, 속으로 혼자 상상하지 말고 이야기해요. 알잖아요. 여기 당신 말고도 속으로 혼자 얼마나 많은 상상을 품고 사는지.”

그녀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잠시 멈칫한 로앙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며칠 전 아홉 구름에서 그를 봤습니다. 그게 ···· . “

“또 모르는 남정네랑 함께 있었나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왔다. 로앙이 대답을 못 하고 머뭇거리자, 그녀는 한숨을 푹 쉬며 덧붙였다.

“그러게 이제 그런 가벼운 관계는 그만두라고 주의를 줬는데. 우리의 빛의 전사님은 제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