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점진적으로 잃고 있는 것으로 추정.

유전적 요인일 수도, 환경적 요인일 수도 있지만, 현재는 스트레스성으로 진단되어 있다. 한 번 세상의 빛을 전부 잃은 뒤로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게 되었으며 시각 외 후각 청각 촉각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스트레스성인 거 같네요. 요즘 업무량이 극도로 많지 않았나요. 조금 쉬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뭐, 대위님은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으시겠지만요. 약 처방은 따로 드릴게 없 ···· 대위님? ’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흐릿했던 시야가 점차 암전되더니 어떠한 빛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급히 의무반에 방문했지만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스트레스, 요즘 들어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터무니 없군. 머리가 지끈거린다. 뭔 그런 엉터리냐고 화를 내면 좋겠지만, 하.

‘아 ─ 아. 미안미안. 요즘 통 바쁘니까. 알잖아? 그래서 푹 쉬면 괜찮다는 거지?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럼 가볼게. 좋은 밤 보내!’

사람 좋은 미소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능청거리는 말투가 평소의 그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뒷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를 잡지 못했다. 그는 어딘가 항상 숨기는 듯한 그런 행동을 취했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불멸대에 처음 들어왔을 때도, 사람들 사이에서 겉돌고 아니 너무 잘 스며들었던 그를 라우반 국장님도 매우 걱정하고 있어 제게도 여러 눈치를 줬지만 어지간해서는 그와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하물며 식사를 같이 한다는 ·· 그런 것은 있을 수가 없다. 한 번은 그에게 식사를 권유한 적이 있는데 능청스레 갈 곳이 있다면서 다음으로 미루자고 한 뒤로는 전혀 소식이 없다. 항상 그런 식이었다. 밤 생활은 자유분방한 것 같은데 그것 빼면 딱히 글쎄. 어떤 생활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 자네, 요즘 시력은 괜찮나? 뭣하면 이제 은퇴하는 편이 ···· ’

‘요즘따라 이상한 소리만 하네. 왜, 팔 한쪽 잃으니까 두려워졌어?’

‘ 하아, 지금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잖나. 나나모 폐하도 자네를, ’

나나모 울 나모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그의 표정이 싹 굳기 시작하면서, 눈빛이 가늘게 변한다. 처음 시작은 그저, 잘 부려 먹을 수 있는 곱디고운 마법 인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본 그 눈물은 잊을 수가 없었다. 나무 앞에서 기도하는 그녀의 모습, 시민의 행세를 하고 상점가를 돌아다니는 그녀의 모습. 어찌 여왕이 아닐 수가 있나. 그래서 그런 거였다. 나의 왕, 나의 여왕.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보지 않으면 된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분 역시, 나는 지킬 수 없었다. 보인다 한들, 어떻게 지킨단 말이냐. 보이는 것만이. 좋은 방패가 될 순 없다. 그러니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