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어디서든 부정한 악에 맞서 검과 방패가 되거라.」

어릴 적 아버지는 내게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약자를 존중하고 보호하라며 절대 금화로 이뤄진 보상에 눈이 멀어 부정과 악에 편에 서지 말라 하셨다. 이 말이 어찌나 멋졌는지, 10살도 채 되지 않았던 그 어린 아이는. 성장하는 내내 아버지와 같은 기사가 되고 싶어 했다. 이에 아무리 힘든 훈련도 그 어린 아이를 막을 수 없었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한때는 거짓 된 왕을 모시며, 무엇이 진실인지 볼 수 없었지만 끝끝내 나는 나의 왕인 백성을 되찾았고 내가 사랑하는·· 아니 사랑하게 될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그대가 없었다면 절대 이뤄내지 못했겠지만.


‘ 마셸. 기사란 말이다. 약자를 존중하고 보호하며···· ’

‘절대 금화로 이뤄진 보상에 눈이 멀어 부정과 악에 편에 서지 말라고요?’

‘잘 알고 있구나, 그래. 그거면 됐다. 절대, 잊지 말아라.’

이것이 아버지와 나의 마지막 대화였다. 아버지는 용과의 전투에서 숨을 거두셨다. 아버지와 함께 전투에 참여했던 자에 따르면 아버지는 용맹했고, 동료들을 위해 제 몸을 아끼지 않고 일렬에 서서 끝까지 맞서 싸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시신을 인도 받지 못하였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잃을 슬픔에 빠져 허구한 날 눈물로 밤을 지새우시다 이윽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하지만 난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내게 훌륭한 스승이자, 우리의 기사였고 어머니는 나를 낳아주신 자랑스러운 나의 어머니셨으니까. 나는 슬퍼할 틈도 없이 두 분을 마음에 품고 아버지의 유품인 대검을 쥐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신전 기사단에 입성했다.

처음 입성 했을 당시만 해도 정신이 하나 없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훈련과 끝없이 반복되는 나날에 적응하느라 이미 몸은 녹초가 되었고, 잠을 잤는지. 식사는 했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난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을지도·· 그땐 그저 아버지의 목소리만 머릿속에 맴돌았으니까. 아버지는 훌륭한 기사였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도 훌륭한 여인이자, 어머니였다. 그래서 더욱 정진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으니.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것은 잘못되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지금의 난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