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몰아치는 커르다스 중앙고지, 아이메리크의 부탁으로 전진 기지에 도착했다. 아이메리크의 부탁은 커르다스 중앙고지의 현황이나 물자 등 전진 기지 상황을 알아 와달라는,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라면 루키아공에게 부탁해도 되었을터. 아마 오르슈팡 그레이스톤의 상태를 염려하여 나를 보낸 것이겠지. 아무렴, 그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힘듦은 이야기하지 않던 아이였으니···.


끼익, 조심히 기지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오자 너나 할 것 없이 경례를 해왔고 딱딱한 일로 온 거 아니라며 모두를 안심시킨 뒤 오르슈팡에게로 향했다. 오르슈팡은 기지 안쪽에서 어릴 적과 똑같이 검술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이내 나를 발견했는지 몸에서 흐르는 땀을 급히 훔치고, 의자에 걸어둔 겉옷을 걸치더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 어쩐 일 이십니까 전진 기지까지 오시고, 말씀해주셨음 마중·· ‘

‘ 친구를 보러 오는데, 굳이 연락까지 해야 하나··? ‘

경어를 쓰는 그에게 평소처럼 말을 걸자, 이내 그의 얼굴이 풀어지고는 보는 눈이 너무 많은데 괜찮냐며 그가 말을 이어갔다. 이에 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친구도 내 맘대로 보러 오지 못하냐고 말을 잇자 멋쩍은 웃음 대신 평소의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접견실로 가려는 와중 갑작스레 전진 기지에 문이 활짝 열렸고 처음 보는 자와, 다른 이들이 기지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 보는 이였기에 조금 경계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오르슈팡은 익숙하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밝게 인사를 건넸다. 그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봐도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었다. 오르슈팡은 꽤 무뚝뚝하고, 활기찬 이미지보다는 오히려 차분하고 담담한 편이라 생각했는데.

‘오오·· 이게 누구야! 오늘은 ── 으로 왔나. 점점 더 듬직해지는 모험가·· 좋아··! 용머리 전진기지는 언제나 너를 환영한다. 달아오른 몸을 식히건, 식은 몸을 덥히건. 너는 언제나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군! 그래서 오늘은 어쩐 일인가! ‘

생전 처음 듣는 그의 말투에 자칫 잘못해서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저런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 걸까? 참,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다. 분명 그라면 조금은 아니 많이 진중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흐음, 공적인 자리라는 걸까? 조금만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전진 기지에 관한 일이기도 하고 사적으로 찾아온 손님일 수도 있으니 이만 이슈가르드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이자 대화를 하고 있던 오르슈팡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그에게 나는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전진 기지 밖으로 나와, 이슈가르드로 향했다.


‘ 그래서 그의 상태는 어땠지?’

아이메리크가 서류를 검토하던 중 손을 멈추고 내게 물어왔다. 이에 전진 기지 내에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지만 처음 보는 자의 방문이 있었다고 전하자 무언가 생각을 하다 이내 혹시 이렇게 생긴 자였냐고 물어왔다. 그가 보여준 서류 속 인물이 누구인지 되묻자, 아이메리크는 잠시 펜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이내 고개를 저었지만, 그 눈빛에는 「모르겠다」는 말과 상반되는 미묘한 기대감이 비쳤다. 이에,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다. 훈련 일정이 있다는 말과 함께 그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집무실을 나와 루키아공에게 그 존재에 관해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집무실에서 「모르겠다」는 말과는 상반되는 미묘한 기대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 분명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거기까지. 쓸데없는 의문을 접어둔 채 생각을 갈무리하곤 발을 돌렸다.

그가 앞으로 일어날 개혁의 바람이라는 것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