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웅이 될 생각도 없었고, 영웅으로 떠받들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어. 왜 그런 표정이야? 뭐, 네가 울고 화내면 난 다 받아줘야 해? 그런 백마 탄 왕자(공주)를 원하는 거면 어디 왕국이라도 차려서 목놓아 울지 그래? 아아 ─. 그럴 깡은 없었지? 넌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하잖아. 네가 원하는 건 말 잘 듣는 개새끼잖아. 아냐? 새벽의 혈맹이니 뭐니·· 그냥 허울이잖아. 왜 가여운 자들을 도와주니 네가 뭐라도 된 것 같니? 이런·· 그래서 네가 뭘 했는데? 네 주변에 있는 멍청한 개새끼들만 뛰어다녔잖아? 그래, 넌. 아니 너흰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그렇지? 그래. 그래. 그러니까, 날 사랑해야지. 내가 너의 왕자이자, 공주잖아? 네가 원하는 거면 난 다 해줄 수 있어. 걱정 마. 넌 그냥 내 옆에서 웃기만 하면 돼. 어렵지 않잖아? 난·· 멍청한 개는 싫어. 알지?
‘아인, 오늘도 짖궂은 말만 늘어뒀다고 하더군요. 알피노공도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맞은편에 앉은 그녀는 반쯤 책상에 엎드려서는 눈 앞에 있는 작은 큐브 조각들을 이리저리 굴리고 만지다 한숨을 푹 쉬고는 귀찮다는 듯이 반대손으로 대충 손사래를 치다 이내 고개를 푹 숙여 책상에 붙이다 시피 한 그녀가 꾹 닫은 입을 열었다.
‘어차피 다 상관 없잖아. ’
입이 눌러 발음이 전부 어그러졌지만, 그녀의 대답을 들은 위리앙제는 한숨을 쉬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가득 걱정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짓은 그만하십쇼. 괜찮습니다. 진심이 아니란 것 정도는 다 알고 있어요. 저희가 몇 년을 함께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
그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살짝 들고는 아까와는 전혀 다르게 잔뜩 화가 난 뾰루퉁한 얼굴로 그에게 말을 던졌다.
‘ 정말 싫어. ’
‘그래서 아인은 어때?’
‘괜찮습니다. 아인 그녀잖습니까?’
위리앙제의 말을 들은 산크레드는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헝클더니 얕은 한숨을 쉬고는 그래서 더 문제가 아니냐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 그녀도 처음부터 저렇게 짖궂은 말만 하는 사람은 아니였다. 분명 그녀도 모두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영웅 그 자체였다. 분명 그러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이별이 그녀를 무너지게 만들었고 지금의 아이노아를 만들게 되었다.